Y2K패션 _ 화려하고 미래지향적이었던 세기말의 감성

Y2K

Year 2 Kilo(킬로_1,000) = 2000년

2000년이 되면 되면 컴퓨터가 2000년을 '00'으로 인식하여 1900년과 혼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가 1999년 제기되었고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가면서 날짜와 시각을 다루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일어날 것이며 은행 업무가 마비되고 다른 여러 가지 일에도 차질이 생기는 사화적, 경제적 문제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는 괴담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막상 2000년 1월 1일이 되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이유로 Y2K는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라고도 불립니다.

Y2K 패션

이러한 세기말의 시대, 디지털이 아날로그 대신 자리하면서 명품보다는 저가의 티셔츠와 데님을 입고 그때까지 상식으로 통용되었던 패션의 모든 TPO가 무너지면서 코디의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게 됩니다. 한 세기의 마지막 시점에 유행했던 패션이기에 세기말 패션이라고도 불리는 Y2K패션은 그 시절 배꼽티로 불리던 크롭탑과 골반바지라고 불리던 로우라이즈 팬츠로 대표되며 벨벳트랙슈트(트레이닝 상하의세트), 무거운 금속 체인 목걸이 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패션의 주기는 20년마다 찾아온다는 속설처럼 20년 전의 패션잡지에서 볼 수 있었던 카고바지, 로우라이즈, 찢어진 청바지, 트레이닝 셋업 등으로 대표되는 그때의 Y2K패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일명 쥬시꾸뛰르로 통용되던 그 시절의 벨벳 트레이닝은 그 시절 패션의 선구자였던 패리스힐튼의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 힐튼가의 상속녀로 이름을 날리던 패리스힐튼은 자주 벨벳 소재 트랙 슈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고 이러한 사진이 파파라치들에 의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옷 좀 입는다는 여자들은 위아래를 같은 색으로 맞춘 벨벳 트랙슈트를 칼라별로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유행은 서서히 사라져 갔지만 국내에서 제니가 젠틀몬스터의 촬영장에서 그린컬러의 트레이닝 세트를 입은 셀피를 올리면서 다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패리스힐튼, 제니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크롭트 톱과 로우 라이즈 팬츠는 2021년 한껏 내려 입은 로우라이즈 바지와 크롭탑을 입고 2000년대와 2021년을 넘나드는 벨라 하디드에 의해 다시 다시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사작하였고 

벨라 하디드

 

태연은 싱글 앨범 ‘Weekend’에서 트랙 슈트를 입고 두건을 쓰고 밀레니얼 세대를 재현하였으며 레드 벨벳의 조이는 스페셜 앨범 커버 패션으로 복고풍 줄무늬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선보였습니다. 

태연, 조이

 

미우미우는 2022년 S/S 컬렉션에서 로우라이즈 룩을 선보였는데 이 패션은 '뮤뮤'라는 애칭을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국내 패션업계 역시 2000년대 인기 브랜드들의 재론칭 소식을 속속들이 전했습니다.

미우미우 2022 S/S컬렉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Y2K패션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이러한 패션은 다시 돌아오면 안 될 패션으로 불려 왔다는 점입니다. 숨기고 싶은 예전의 흑역사를 보여주던 자료화면으로도 자주 쓰이던 그 시절의 그 패션은 비운의 밀레니얼 패션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흑역사를 남긴 패션이기도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다’고 평가받던 옷들이 이렇게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SNS나 OTT 서비스 등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지난 세대의 유명 작품들을 보며 ‘레트로 패션’에 대한 열망이 커지게 되었으며 자신을 과감하게 표현하며 개성을 중시하였던 2000년 대의 특징이 신선함과 자유로움을 찾는 Z세대의 심리를 저격하게 됩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복고풍의 유행이 아닌, ‘뉴트로’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Y2K패션은 단순히 그때의 패션이 그대로 유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 Z세대에게는 생소한 2000년대 패션 아이템을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에 가미하여 뉴트로 유행이 탄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