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
할매니얼은 할머니들의 패션 취향과 할머니들이 먹는 음식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하는 말로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성한 용어입니다.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패션이나 옛날 음식 등을 재연출하여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들인 할매니얼이 새롭게 유행시킨 대표적인 것으로 꽃무늬 니트 가건과 빈티지 풍의 롱스커트 등을 매치해서 입는 '그래니 룩(Granny Look; 할머니의 의복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의 유행과 인절미나 흑임자, 쑥 등을 활용한 '할매 입맛' 식품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하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개성이기도 하겠지만 옛날 상품, 또는 그 시기의 취향들이 이것을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이미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을 결합한 '그랜드 밀레니얼'이나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시크(Chic)'가 합쳐진 그래니 시크(Granny Chic; 세련된 할머니)' 등의 용어가 사용되어 왔는데 할매니얼 역시 예전 할머니의 음식이나 패션, 인테리어 등을 멋스럽게 재연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 그랜드 밀레니얼과 매우 유사합니다.
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가 젊은 사람들에게 '레어템'이 되었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상회(商會), ○○당(堂), ○○옥(屋)’ 등의 카페나 베이커리가 등장하였습니다.
옛날 느낌의 다방 등이 아직 남아 있는 을지로 골목은 '힙지로(힙스터+을지로)'라는 별명을 얻었고
빙그레에서는 '비비빅'을 변형하여 흑임자맛, 단호박맛, 인절미맛 비비빅을 출시하였으며, 롯데에서는 빵빠레 흑임자, 해태제과는 쌍쌍바 미숫가루, 빙그레는 투게더 흑임자,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 모찌 흑임자 등의 다양한 할매니얼 아이스크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리온의 '찰 초코파이 흑임자, 인절미'는 3개월 만에 1,500만 개의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유동식인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죽'은 절반 이상의 판매가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발생하였습니다.
할매니얼 트렌드는 식품과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와 유튜브 콘텐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추억 또는 취향이 아닌, 이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재미있고 새로운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뉴트로 열풍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으며 패션에서는 코티지코어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할매니얼 현상은 패션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 할머니의 옷장에 있을 법한 발목까지 오는 에스닉 풍의 롱 스커트나 꽃무늬 니트 가디건, 특이한 패턴의 조끼나 가방 등을 코디한 젊은 층을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직접 짜 중 듯한 느낌을 주는 니트 풀오버나 자수로 하나하나 짠 느낌의 크로셰 니트 등의 레트로 감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제작해 입을 수 있는 DIY 패키지가 등장하였고 이는 직접 만든 의상이라는 점에서 더 가치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동안 윗세대의 문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에 맞지 않고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받아들여져 외면당하였고 세대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할매니얼의 열풍으로 윗세대의 문화를 젊은 세대들은 직접 체험하고 즐기게 되었고 밀레니얼 세대와 노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할매니얼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나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 대한 열망 등 매우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각박한 현실에 지쳐있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고 따뜻한 인간미를 찾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할매니얼 현상은 복고, 뉴트로 등의 유행과 함께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패션 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Y2K패션 _ 화려하고 미래지향적이었던 세기말의 감성 (0) | 2023.05.04 |
---|---|
체험 마케팅(experimental marketing) _ 브랜드의 경험을 판매합니다. (0) | 2023.05.02 |
영 포티(Young Forty) _ 강한 구매력의 X세대가 돌아온다. (0) | 2023.04.28 |
업사이클링(up-cycling) _ 버려진 것들의 이유있는 변신 (0) | 2023.04.26 |
비건 패션(Vegan Fashion) _동물의 희생을 원하지 않습니다. (0) | 2023.04.24 |
댓글